숲 속에는 맨땅이 드러난 곳이 있다. 경사가 급하고 지표의 흙과 낙엽, 마른 가지가 흘러내리기 쉬운 곳이나 밑에 풀이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 작은 돌이나 낙엽, 나무줄기 조각이 떨어져 빗방울이 주변 흙을 조금씩 깍아나가다가 마침내
작은 돌과 낙엽, 나무 조각 등을 모자처럼 머리에 인 흙기둥이 생긴다. 이 흙기둥은 1-2cm의 작은 것부터 20cm나 되는
것까지 있다.
"빗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듯이 한 방울 한 방울은 작고 약하지만 오랜 세월 단단한 돌도 깍아버리고 만다. 그런
빗방울이 숲의 흙을 깍아내린 흔적이 바로 흙기둥이다.
그렇다면 빗방울이 지면을 깍는 힘은 얼마나 될까? 예를 들면 반경 1mm의 빗방울은 1초당 6m 속도로 떨어지는데 그 운
동에너지는 1erg(에르그:1다인의 힘이 물체에 작용하여 그 힘의 방향으로 1cm 움직일 때 그 힘이 행한 일의 양)에도 미치
지 못한다.
하지만 1년 동안 내린 비 전부의 운동에너지는 100평방미터당 400억 erg로 이는100g짜리 공이 시속 300km로 날아오는
것과 거의 같은 에너지이다.
빗방울 하나의 에너지는 작지만 한꺼번에 비가 땅에 쏟아지면 큰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숲 속과 숲 밖에서는 흙을 뚫는 빗방울 에너지는 얼마나 다를까? 빗방울의 크기는 비의 강도에 따라 다르다. 약한
비는 작은 빗방울일 확률이 높으며 빗방울이 강하면 강할수록 큰 빗방울이 많아진다. 하지만 숲 속에서 비의 일부가 잎이나
가지에 쌓여 이슬이 되어 떨어지기 때문에 비가 약해도 커다란 빗방울이 지면에 떨어지게 된다.
빗방울이 클수록 운동에너지는 커지기 때문에 높이가 10m 이상이나 되는 숲 속에서는 잎과 줄기로 비가 일부 차단되는데도
불구하고 1년간 내린 강우량의 모든 운동에너지는 숲 밖과 비교해서 커진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천연 숲이나 적절하게 손질되어진 인공 숲에서는 작은 나무와 풀이 적당하게 무성해져 지표에 빗방울의
충격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에 지표면은 침식되지 않고 흙기둥도 거의 볼 수 없다. 그러나 숲 속이 어둡고 작은 나무와 풀이
자라지 않는 편백나무숲에서는 강한 빗방울 충격으로 지표가 침식되기 때문에 흙기둥을 볼 수 있다.
기묘한 형태를 가진 흙이 만들어낸 갖가지 조각도 사실은 토양 표면의 침식현상이며 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위험신호인
것이다.